소통하는 부부

소통하는 부부

헬로스마일 강서센터 임혜영 선생님

사회적 갈등이 증대됨에 따라 ‘건강한 소통’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의 기초단위인 부부의 경우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 공유하고 있기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른 관계보다 더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갈등을 대처하는 부부의 태도가 해결의 방향보다는 문제를 보다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부부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갈등 가운데 주고받았던 ‘감정적인 대화’들로 인해 이미 상처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 진행하게 됩니다. 

비록 부부일지라도 서로의 몸이 다르기 때문에 사안에 대한 관점과 경험이 각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건강한 부부라 할지라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갈등이 일어났을 때 ‘건강한 대화’로 풀어나가는지, 아니면 ‘감정적 대화’로 갈등을 심화시키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행복한 부부는 갈등 없이 사는 부부가 아니라 갈등이 일어날 때 건강한 대화로 잘 해결해 나가는 부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갈등의 상황에서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대화방식이 무엇일까요? 

우선 평가와 판단을 최대한 배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갈등으로 인해 감정적인 자극이 일어날 때, 자동적으로 대화 상대방을 평가/판단하는 프레임이 작동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대화 가운데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정죄하는 언어가 섞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은 나의 말에 대해 저항감을 갖고 더 이상 듣지 않고 방어적 태도나 공격적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물론 상대방이 이런 태도로 무언가를 표현하게 되면 자신 역시 저항감을 갖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갈등 가운데 문제해결을 위해 무언가 소통하기 위해 표현한 말이 정작 서로의 마음 가운데는 들려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부부의 갈등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관계 역시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그 다음은 위와 같은 이유로 갈등이 일어났을 때 외부가 아닌 나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서로 간에 주고받은 자극들로 인해 평온함이 사라지고 긴장 상태가 일어납니다. 이럴 때 내 안에 감정, 욕구 등 생동하는 에너지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우리는 보통 화가 났을 때 “저 사람의 무언가가 나를 화나게 했다.”의 관점을 가지고 갈등상황에 대응합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대화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 주의를 온전히 기울이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일어나고 있는 감정이 무엇일까?” 

“내 안에 무엇이 이런 감정이 일어나게 했을까?”

“이 감정 이면에 있는 나의 진짜 욕구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감정의 진짜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채워지거나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담의 현장에서 이렇게 질문의 방향을 살짝만 바꾸어 생각하도록 인도하는 것만으로도 내담자의 감정이 상당히 해소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내담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외부의 탓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내면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갈등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능한 평가, 판단을 배재하고 표현합니다. 둘째, 갈등의 사안 가운데 자신이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를 봅니다. 셋째, 이 감정의 원인인 자신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이 욕구와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위의 세 가지를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부탁할 것이 있으면 정중하게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