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받았을 때 부모가 해야 할 행동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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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0-30 16:38 조회1,437회 댓글0건본문
상담사 | 광명센터 류보라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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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
대상 | 아동,청소년,부모 |
기타 |
내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받았을 때 부모가 해야 할 행동 3가지
헬로스마일 광명센터 류보라 선생님 칼럼
자녀들이 아직 아가였을 때, 엄마한테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어갔다가 쪼르르 달려와 안겼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아이들은 이렇게 모험을 떠났다가 안전한 엄마 품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자기 활동 반경을 넓혀 가고 세상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아동-청소년기의 아이들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자아정체성의 확립과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과업에 직면합니다. 부모-자녀 간 애착관계라는 정서적 탯줄을 스스로 끊어야 하는 모험을 앞두고, 아동-청소년은 또래를 중요한 애착대상으로 여기게 됩니다. 또래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부모에게 거리를 두어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확보하고, 친구들의 인정과 지지를 통해 투쟁과 모험을 지속할 힘을 얻는 것입니다.
이처럼 또래의 영향력이 커진 시기에 학교폭력은 아이들의 삶 전반을 뒤흔드는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에 노출되었을 때,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안전감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가해행동의 중단과 재발방지 요청하기
학교폭력의 피해를 인지했을 때, 우선적이고 일관되게 대처해야할 점은 ‘가해행동의 중단’과 ‘재발방지’를 가해자 부모와 학교에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해행동의 확산 및 재생산을 막고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예컨대 자녀가 SNS 상에서 또래들의 저격을 받고 괴로워한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저격글을 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저격글 자체가 아닙니다. 그 글을 보고 자신을 안 좋게 생각하는 또래들이 점점 많아 질까봐 두려운 것입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여러 경로를 통해 누구누구가 자신을 욕하더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실이 되며, 아이들은 더 심한 불안에 시달리며 위축됩니다. 따라서 ‘가해행동의 중단’에는 가해학생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더 이상 추가적인 공격이 없을 것이라 인식할 때에야 비로소 자녀는 숨을 돌리고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입은 상처와 피해를 들여다보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더 나아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또래들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
◎ 안전한 공간 확보하기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자기의 생활공간이었던 대부분의 장소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상실합니다. 가해학생을 만날까봐 불안해서 위치 확인 앱을 수시로 확인하고, 친구와 만나거나 부모와 외출을 하는 동안에도 주변을 경계합니다. 혹여 멀리서라도 가해학생이 보이면 그들을 피해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피할 생각을 못할 정도로 얼어붙기도 합니다. 어디에 있든 긴장을 늦추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안전한 공간에는 두 가지가 포함됩니다. 첫째는 가해학생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장소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안전한 공간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일 것입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종종 가해학생과 그 부모가 피해학생의 집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가 아이의 건강이 어떤지 살피고 사과하러 왔다 하더라도 아이가 침범으로 여긴다면 집에 들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적어도 자기 집만큼은 가해학생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안전한 공간으로 남아 있어야 자녀가 긴장을 풀고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수용적이고 지지적이며 충분히 기다려주는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의 아픔을 수용하고 지지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충분히 기다려 주는 부모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놓아버린 채 자기 상처를 핥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모는 마음이 점점 더 초조해집니다.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 따라가야 하는 과업들이 지연되고 그 결과 나중에 또 손해를 볼까봐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 아이의 회복속도를 믿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라는 안전막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회복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는데, 부모가 자신의 조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녀를 비난하거나 자기 속도에 맞춰 채근한다면 아이는 한 번 더 안전한 공간을 상실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원래의 상처에 죄책감까지 더해지게 될 것입니다.
◎ 자녀가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격려하기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를 인지했을 때,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대변인 역할을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피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재경험할 것 같아 보호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녀의 욕구와 감정이 아닌 부모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앞세우는 실수가 종종 일어납니다.
예컨대 ‘동네 사람들끼리 얼굴 붉히기보다 좋게좋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다 싸우면서 크는 거다’, ‘아직 어리니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등등 부모의 가치관과 성격, 경험 등에 따라 가해학생을 용서하거나 화해를 종용하고 대신 사과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또는 자녀의 예상보다 훨씬 더 세게 화를 내거나 원하지도 않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자녀가 자신의 고통과 피해, 욕구와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합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과 피해가 가해자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고통에 반응해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가해자가 자신이 인정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사과하고 보상하는 행동을 할 때 진정성이 있다고 느낍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해받았다는 느낌과 가해자가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안전감을 회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와 긴밀히 소통하였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제 3자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학교, 가해학생 부모, 지역사회 전문가와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안전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 자녀가 충분히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수준으로 제한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인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그것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신적 외상을 잘 다루어 회복된 사람은 심리적, 정신적 차원에서 상당한 성장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이를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 할 수 없지만 부모님들은 자녀가 안전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그 안전감을 토대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지지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았다면, 오로지 부모님만이 주실 수 있는 안전감을 통해 자녀들이 꼭 잘 회복되고 성장하기를, 나아가 모든 우리의 아이들이 늘 안전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