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없는 소통과 공감적 경청의 힘
요즘 가족 간에 또는 직장에서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불통으로 인한 답답함을 표현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대화는 단순한 말의 교환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누구나 상대와 소통하며 이해받고 이해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인데, 때때로 좋은 관계와 소통을 위해 시작한 대화가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멀어지게 하면서 대화의 단절을 가져올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니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있니?”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너가 너무 예민해서 그래. 공부나 해”
“집안 일을 왜 나만 해요? 당신 너무 이기적인거 알아요?”
“당신이 그렇게만 안 했어도 일이 잘됐을 텐데”
이렇게 대화 중에 비난이나 공격을 받는듯한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원활하게 소통하고 더 깊어지는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대화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우리 뇌의 구조에서 이유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신경과학에서는 인간의 뇌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곤 합니다.
첫째는 파충류의 뇌라고 부르는 부분인데요, 뇌간 쪽에 위치해서 본능적인 생존을 담당하며, 위험을 감지하면 즉각적인 반응을 합니다.
두 번째로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는 부분인데요, 변연계에 위치해서 감정을 조절하고, 사회적 유대와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세 번째로 신인류의 뇌는 전전두엽에 위치해서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담당하며, 인간의 고등 인지 기능을 조율합니다.
그렇다면 대화 상황에서 이런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를 구뇌라고 하고, 전전두엽의 위치한 신인류의 뇌를 신뇌라고 구분합니다. 서로 연결되어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신뇌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우리가 비난을 받거나 공격적인 언어를 들으면, 신인류의 뇌에서 담당하는 논리적 사고보다는 구뇌가 활성화되면서 감정적 반응이 우선적으로 나타나고, 위협을 느낄 때 뇌가 본능적으로 생존 모드로 전환되면서,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붙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즉, 논리적 사고보다는 감정적 반응이 우선되면서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붙는’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결국, 생산적인 대화가 아닌 방어적이고 감정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 싸우거나 입을 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우리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공격하거나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안전한 대화 방법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전한 대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안전한 말하기와 듣는 것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안전한 말하기는 어떤 것일까요?
상대방을 비난하는 방식 대신에 자신의 감정이나 원하는 욕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너는 왜 항상 그렇게 해?” 대신, “나는 이런 상황에서 좀 불편해.”라고 표현하면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이런 안전한 대화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마셜B 로젠버그가 제안한 “비폭력대화방법”이 있습니다. 로젠버스는 ‘비폭력대화는 연민의 언어이자 연민이 흘러나오게 하는 삶의 언어로서 자신의 내면을 잘 표현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폭력 대화에서는 어떻게 자기의 내면을 표현하라고 할까요?
비폭력대화법은 관찰, 감정, 욕구, 요청이라는 4단계로 이루어져있는데요, 먼저 객관적 사실을 관찰하고, 다음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 감정의 근원이 되는 욕구를 충분히 이해한 후에 상대방에게 구체적인 요청을 하는 과정을 통해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면 직장에서 다른 팀원에게 어떤 의견을 주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묵묵부답이라 화가 난 상황입니다.
관찰: 지난 회의에서 제가 이야기했던 의견에 대해 아직 답을 주지 않았어요.
감정: 저는 제 의견이 무시당한 것 같이 느껴져서 서운하고 화가 났어요.
욕구: 저는 우리 팀 안에서 내 의견을 존중받고 싶고, 함께 협력하는 분위기를 되었으면 하거든요.
요청: 혹시 다음 회의에서는 제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받거나, 함께 논의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상황이나 관계의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중심으로 표현해본다면 아마도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조금은 더 안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만 안전하게 이야기했다고 전체 대화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안전하게 들어주어야 말하는 사람이 끝까지 안전한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느낄 수 있을까요?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이해와 수용을 받고 있다는 느낄 수 있도록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너가 요즘 바뻐서 자주 만나주지 않아, 나는 서운하고 소외감을 느껴”라고 말했을 때, “나도 아는데, 조금만 이해해주라”고 말하기 보다 “그러니까 자기 말은 요즘 자주 만나지 못해서 서운하고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이지”라고 들어준다면, 말하는 사람은 안전하게 더 자세히 자신의 내면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안전하게 들어주는 대화방법으로 하빌 핸드릭스가 개발한 이마고 커플 대화법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이마고 커플 대화법에서는 어떻게 상대방의 말을 안전하게 들어주라고 할까요?
이마고 커플 대화에서는 반영하기, 이해하기, 공감하기라는 단계로 안전하게 들어주기를 진행합니다. 반영하기는 상대방의 한 말을 거울이 된 것처럼 말을 그대로 반복하여 이해를 표현하고, 말을 다 들은 후에 상대방에 대해 이해가 된 것을 표현하면서 인정하고, 그렇게 이해하고 난 후에 상대방의 심정이 어땠을지를 공감해주는 단계를 통해 안전하게 들어주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해본다면 고등학생인 자녀가 친구들과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있는 상황입니다. 부모님은 자녀의 감정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영하기 : “그러니가 네 말은 요즘 친구들과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거지? 내가 잘 듣고 있니?, 거기에 대해 더 이야기 해줄래?”
이해하기 :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네가 얼마나 힘든 상황이고, 불안했었는지가 이해가 돼”
공감하기 : “그런 상황에서 네 심정이 어땠을지 알겠어. 그 상황에서 네 마음은 정말 힘들고 무서웠을거 같아. 그게 네 마음이 맞아?”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이렇듯 반영과 공감을 표현해주며 들어준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아마도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심이 되고, 기쁜 마음으로 자신이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안전하게 말하고, 들어주는 안전한 대화 환경은 관계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비난 없는 자기표현과 공감적 경청을 보여줄 때, 상대방의 뇌가 방어 모드로 전환되지 않고 열린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며, 소통과 공감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더욱 안전한 대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비난 대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방어 대신에 반영과 공감을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에서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의 시간을 행복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본성이 잘 바뀌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대화방식이 잘 변화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위로가 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보시면 그것으로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라 믿고 그 첫발을 내딛는 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