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은 삐약이를 위하여
- 선택적 함구증 -
헬로스마일 노원센터 김봄 선생님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 아이들도 적응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선택적 함구증’에 대해 나누어 볼까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며 아이가 말하기를 어려워한다는 걸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셨다는 지민(가명) 부모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질 거라 기대하며 알뜰히 살뜰히 사랑으로 양육해오셨는데요,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다 보니 이전보다 말하기를 더욱 힘들어하는 지민이를 보며 무거운 걸음으로 센터에 방문하셨습니다. 지민이의 경우엔 다행히 부모님께서 늦지 않은 시기에 치료를 시작해 학교생활에서도 적절히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지민이처럼 집에서는 재기 발랄한 수다쟁이를 밖에만 나가면 꿀 먹은 병아리로 만들어버리는 ‘선택적 함구증’ 이란 무엇일까요? 의학적 정의로는, ‘발화 능력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 로서 불안 장애의 일종을 뜻합니다. 진단(DSM-5)은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 학교생활을 포함한 사회적 의사소통에 지장이 초래될 때 선택적 함구증으로 진단할 수 있는데요, 선택적 함구증의 경우엔 특히 조기 발견 후 빠른 개입의 시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려주다 개입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으니 아래의 진단 기준을 먼저 참고해 보시면 좋습니다.


‘불안’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불안의 정도가 낮기도 하고 높기도 합니다. 선택적 함구증의 경우엔 부모님과의 유전적 관계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기질적으로 수줍고 긴장되고 불편해서 사회적 상황에서 말하기가 힘든 상태로 볼 수 있으며, 아이가 자신의 임의로 선택적으로 말을 안 하는 것(생략)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님께서 인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질적 특성을 고려해서 아이의 불안을 다뤄줘야 하는데요, 안타까움에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해보라는 권유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적절히 할 수 없어 힘든 아이의 마음을 따스히 공감하며 격려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비슷한 기질과 성향을 가진 부모님께서 경험하셨던 예전의 일들을 나눔으로써 현재 부모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성공 경험’으로 받아들여 용기를 내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심하고 걱정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아이로 하여금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기에 조금 더 가볍고 의연한 태도로 ‘괜찮아’ 라고 말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아이는 부모님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고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용기를 내어 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비언어적으로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방법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또래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먼저 비언어적으로 마음을 표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차근차근히 연습해나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지지를 해주시면 좋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건 아이가 말을 못 하거나 안 하는 것은 응급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불안 장애의 일종인 선택적 함구증은 양육 태도의 개선만으로 호전되기가 어려울 수 있으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불안 관련 약물치료를 병행할 때 심리치료적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기 발견 후 시기를 놓치지 않은 심리치료적 개입이 중요하기에 ‘기다림’ 보다는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글쓴이 : 노원센터 김봄 선생님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